강물은 살살 흘러요
강가에서 불을 피우고 사슴을 만나고 커다란 발자국의 비밀을 풀어가는 작은 핍의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 이야기예요.
Ages 3-4 - 3 minute read - gentle - KO
Published 2026-06-06T03:15:06.8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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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강물은 살살 흘러요
숲 사이로 강물이 살살, 조용히 흘렀어요. 핍이라는 작은 아이가 강가에 앉아 아침 불을 바라봤어요. 작은 불꽃이 일렁일렁, 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재 위에 후— 하고 살짝 불었어요. 빨간 불씨가 반짝 깨어났어요. 마른 풀을 조금, 그다음엔 가는 나뭇가지, 그다음엔 작은 나무껍질을 올렸어요. 불꽃이 활짝 커졌어요. 기쁜 것처럼 흔들흔들.
핍이 손뼉을 짝 쳤어요. "또!" 핍이 속삭였어요. 엄마는 웃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어요. 쉿. 다들 아직 자고 있으니까요.
강가 가까이, 키 크고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조용히 앉아 계셨어요. 눈가에 주름이 많고 손도 나무뿌리처럼 울퉁불퉁했어요. 할아버지는 강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안개 속에서 사슴 세 마리가 스르르 나타났어요. 뚜벅뚜벅, 진흙 강가를 걸어왔어요. 귀를 쫑긋쫑긋. 한 마리가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어요. 홀짝, 홀짝, 홀짝.
핍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어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사슴도 꼼짝하지 않았어요. 강물도 숨을 참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사슴들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하얀 꼬리를 팔랑이고 숲속으로 쏙 사라졌어요. 쿵, 쿵, 쿵 — 사라졌어요!
핍이 크게 숨을 내쉬었어요. 후우우우.
나중에 엄마가 강물을 뜨러 갔어요. 핍도 따라갔어요. 젖은 풀밭을 뚜벅뚜벅.
진흙 강가에서 엄마가 무릎을 꿇었어요. 핍도 무릎을 꿇었어요.
"봐." 엄마가 말했어요.
진흙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넓고 동그랗고, 굵은 발가락 자국이 네 개.
핍은 뚫어져라 바라봤어요. 엄마 손보다 훨씬 컸어요. 핍의 두 손을 합쳐도 한참 더 컸어요.
"누가 만든 거야?" 핍이 속삭였어요.
엄마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손가락 하나로 발자국 옆 진흙을 꾹 눌렀어요. 쭈욱.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 엄마도 몰랐어요. 핍도 만져봤어요. 진흙이 차갑고 말랑말랑했어요. 쭈욱.
하루 종일 핍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뾰족한 막대기로 뿌리를 팠어요. 혀를 쏙 내밀고 힘껏. 할아버지가 돌로 불꽃을 튀기는 걸 구경했어요. 딱! 작은 불꽃이 별처럼 튀어 올랐어요. 하지만 핍은 몇 분마다 강 쪽을 돌아봤어요.
누구 발이 그렇게 크고 동그랄까?
저녁이 됐어요. 모두 불 주위에 모여 앉았어요. 불꽃이 통통하고 황금빛으로 타올랐어요. 나무 위로 별들이 하나둘 나왔어요.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팔을 쫙 펼쳤어요. 무릎을 굽혔어요. 그리고 크게, 느릿느릿, 쿵쿵쿵 원을 그리며 걸었어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어요.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흐르르르름. 흐르르르름." 낮고 굵은 소리를 냈어요.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어요.
그러더니 할아버지가 강을 가리켰어요. 진흙을 가리켰어요. 그리고 자기 발을 가리키며 천천히 진흙에 꾹 눌렀어요. 쭈욱. 발가락을 쫙 폈어요.
핍이 할아버지 발을 봤어요. 발자국을 봤어요. 발을 또 봤어요.
어?
어어?!
할아버지 발자국이었어요! 밤에 사슴처럼 강가에 물 마시러 왔던 거예요!
핍이 웃음이 터졌어요. 너무 웃겨서 옆으로 쓰러질 뻔했어요. 모두 같이 웃었어요. 할아버지도 웃었어요. 커다란 어깨가 들썩들썩.
"흐르르르름!" 핍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따라 했어요.
또 모두 웃었어요.
불이 탁탁 소리를 냈어요. 별들이 하늘에 잔뜩, 마치 모래를 뿌려놓은 것 같았어요. 먼 곳에서 부엉이가 조용히 울었어요. 부엉, 부엉.
핍이 엄마의 따뜻한 어깨에 기댔어요. 눈을 감았어요. 볼에 불빛이 따뜻하게 닿았어요.
핍은 사슴 소리를 속삭였어요. 강물 소리를 속삭였어요. 그리고 크고, 울퉁불퉁하고, 우스운 할아버지 발 소리를 속삭였어요.
그러고는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Scenes
강가의 아침 불

숲 사이로 강물이 살살, 조용히 흘렀어요. 핍이라는 작은 아이가 강가에 앉아 아침 불을 바라봤어요. 작은 불꽃이 일렁일렁, 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불을 깨워요

엄마가 재 위에 후— 하고 살짝 불었어요. 빨간 불씨가 반짝 깨어났어요. 마른 풀, 나뭇가지, 나무껍질을 차례로 올리자 불꽃이 활짝 커졌어요. 기쁜 것처럼 흔들흔들.
안개 속 사슴 세 마리

안개 속에서 사슴 세 마리가 스르르 나타났어요. 뚜벅뚜벅, 진흙 강가를 걸어왔어요. 귀를 쫑긋쫑긋. 한 마리가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어요. 홀짝, 홀짝, 홀짝. 강물도 숨을 참는 것 같았어요.
이 발자국은 누구 거야?

진흙 강가에서 엄마가 무릎을 꿇었어요. 핍도 무릎을 꿇었어요. 진흙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어요. 넓고 동그랗고, 굵은 발가락 자국이 네 개. '누가 만든 거야?' 핍이 속삭였어요.
하루 종일 생각했어요

하루 종일 핍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뾰족한 막대기로 뿌리를 팠어요. 할아버지가 돌로 불꽃을 튀기는 걸 구경했어요. 딱! 작은 불꽃이 별처럼 튀어 올랐어요. 하지만 핍은 몇 분마다 강 쪽을 돌아봤어요. 누구 발이 그렇게 크고 동그랄까?
할아버지의 쿵쿵 춤

저녁에 모두 불 주위에 모였어요. 할아버지가 일어나 팔을 쫙 펼치고 무릎을 굽혔어요. 그리고 크게, 느릿느릿, 쿵쿵쿵 원을 그리며 걸었어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손가락을 살랑살랑. '흐르르르름. 흐르르르름.'
어어?! 할아버지 발이잖아!

할아버지가 자기 발을 진흙에 꾹 눌렀어요. 쭈욱. 발가락을 쫙 폈어요. 핍이 발을 보고, 발자국을 보고, 발을 또 봤어요. 어? 어어?! 할아버지 발자국이었어요! 핍이 웃음이 터져 옆으로 쓰러질 뻔했어요. 모두 같이 웃었어요.
별처럼 모래처럼

불이 탁탁 소리를 냈어요. 별들이 하늘에 잔뜩, 마치 모래를 뿌려놓은 것 같았어요. 핍이 엄마의 따뜻한 어깨에 기댔어요. 사슴 소리, 강물 소리, 크고 울퉁불퉁한 할아버지 발 소리를 속삭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