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손톱과 첫눈

여름에 할머니와 들인 봉숭아 물이 새끼손가락 끝에 조금 남았어요.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서아의 손톱은 첫눈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6~7세 아이와 읽는 따뜻한 잠자리 동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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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6-10-05T07:16:36.58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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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고, 그림마다 잠깐 멈추며, 마지막 문장은 더 낮고 부드럽게 읽어 주세요.

Story

늦가을 밤, 서아는 스탠드 불빛에 왼손 새끼손가락을 비춰 보았어요. 손톱 끝에 주황색이 아주 조금, 초승달처럼 가느다랗게 남아 있었어요. “휴, 아직 있다.” 서아는 여름에 할머니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뜨거운 여름날, 할머니는 마당에 핀 빨간 봉숭아 꽃잎을 콩콩 찧었어요. 그리고 서아 손톱 위에 하나씩 얹고, 비닐로 감싸 실로 꼭꼭 묶어 주었지요.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단다.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다음 날 아침, 서아의 손톱 열 개는 모두 예쁜 주황빛이 되었어요.

그런데 손톱은 날마다 조금씩 자랐어요. 주황색은 점점 손톱 끝으로 올라갔고, 일요일마다 엄마가 손톱을 똑똑 깎았지요. 이제 주황색은 새끼손가락에만 남았어요. 오늘도 일요일. 엄마가 손톱깎이를 들자, 서아는 왼손을 등 뒤로 쏙 숨겼어요. “새끼손가락은 안 돼요!” 엄마는 빙그레 웃었어요. “그래, 새끼손가락은 다음 주에 깎자.” 하지만 서아는 걱정이 되었어요. ‘첫눈이 오기 전에 다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날 저녁, 서아는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어요. “할머니, 주황색이 이것밖에 안 남았어요.” 할머니도 화면 가까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할머니 손톱에는 주황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할머니 건 벌써 다 없어졌는걸. 그래도 할머니 소원은 그대로란다. 우리 이렇게 하자. 첫눈 오는 날,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바로 전화하기. 그리고 같이 소원 빌기.” 서아와 할머니는 화면 너머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꾹 도장을 찍었어요.

며칠 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어요.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하얀 것이 하늘하늘 내려왔어요. “첫눈이다!” 서아는 얼른 새끼손가락을 보았어요. 실처럼 가느다란 주황색이 아직 손톱 끝에 붙어 있었어요. 할머니한테 전화하려는데, 그때 엄마 휴대폰이 먼저 울렸어요. “서아야, 첫눈 왔다! 할머니가 먼저 봤지?”

서아와 할머니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눈을 꼭 감았어요. 서아가 작게 소원을 말했어요. “내년 여름에도 할머니랑 봉숭아 물들이게 해 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할머니가 웃었어요. “어머나, 할머니 소원이랑 똑같네.” 그날 밤, 서아는 새끼손가락을 볼에 살포시 대고 잠이 들었어요. 창밖에는 첫눈이 소복소복 내렸어요.

Scenes

새끼손가락의 작은 달

늦가을 밤, 서아는 스탠드 불빛에 왼손 새끼손가락을 비춰 보았어요. 손톱 끝에 주황색이 아주 조금, 초승달처럼 가느다랗게 남아 있었어요. “휴, 아직 있다.” 서아는 여름에 할머니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늦가을 밤, 서아는 스탠드 불빛에 왼손 새끼손가락을 비춰 보았어요. 손톱 끝에 주황색이 아주 조금, 초승달처럼 가느다랗게 남아 있었어요. “휴, 아직 있다.” 서아는 여름에 할머니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여름, 할머니 집 마루

뜨거운 여름날, 할머니는 마당에 핀 빨간 봉숭아 꽃잎을 콩콩 찧었어요. 그리고 서아 손톱 위에 하나씩 얹고, 비닐로 감싸 실로 꼭꼭 묶어 주었지요.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단다.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다음 날 아침, 서아의 손톱 열 개는 모두 예쁜 주황빛이 되었어요.

뜨거운 여름날, 할머니는 마당에 핀 빨간 봉숭아 꽃잎을 콩콩 찧었어요. 그리고 서아 손톱 위에 하나씩 얹고, 비닐로 감싸 실로 꼭꼭 묶어 주었지요.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단다.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다음 날 아침, 서아의 손톱 열 개는 모두 예쁜 주황빛이 되었어요.

새끼손가락은 안 돼요

그런데 손톱은 날마다 조금씩 자랐어요. 주황색은 점점 손톱 끝으로 올라갔고, 일요일마다 엄마가 손톱을 똑똑 깎았지요. 이제 주황색은 새끼손가락에만 남았어요. 오늘도 일요일. 엄마가 손톱깎이를 들자, 서아는 왼손을 등 뒤로 쏙 숨겼어요. “새끼손가락은 안 돼요!” 엄마는 빙그레 웃었어요. “그래, 새끼손가락은 다음 주에 깎

그런데 손톱은 날마다 조금씩 자랐어요. 주황색은 점점 손톱 끝으로 올라갔고, 일요일마다 엄마가 손톱을 똑똑 깎았지요. 이제 주황색은 새끼손가락에만 남았어요. 오늘도 일요일. 엄마가 손톱깎이를 들자, 서아는 왼손을 등 뒤로 쏙 숨겼어요. “새끼손가락은 안 돼요!” 엄마는 빙그레 웃었어요. “그래, 새끼손가락은 다음 주에 깎자.” 하지만 서아는 걱정이 되었어요. ‘첫눈이 오기 전에 다 없어지면 어떡하지?’

새끼손가락 약속

그날 저녁, 서아는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어요. “할머니, 주황색이 이것밖에 안 남았어요.” 할머니도 화면 가까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할머니 손톱에는 주황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할머니 건 벌써 다 없어졌는걸. 그래도 할머니 소원은 그대로란다. 우리 이렇게 하자. 첫눈 오는 날,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바로 전화하

그날 저녁, 서아는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어요. “할머니, 주황색이 이것밖에 안 남았어요.” 할머니도 화면 가까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할머니 손톱에는 주황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할머니 건 벌써 다 없어졌는걸. 그래도 할머니 소원은 그대로란다. 우리 이렇게 하자. 첫눈 오는 날,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바로 전화하기. 그리고 같이 소원 빌기.” 서아와 할머니는 화면 너머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꾹 도장을 찍었어요.

첫눈

며칠 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어요.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하얀 것이 하늘하늘 내려왔어요. “첫눈이다!” 서아는 얼른 새끼손가락을 보았어요. 실처럼 가느다란 주황색이 아직 손톱 끝에 붙어 있었어요. 할머니한테 전화하려는데, 그때 엄마 휴대폰이 먼저 울렸어요. “서아야, 첫눈 왔다! 할머니가 먼저 봤지?”

며칠 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어요.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하얀 것이 하늘하늘 내려왔어요. “첫눈이다!” 서아는 얼른 새끼손가락을 보았어요. 실처럼 가느다란 주황색이 아직 손톱 끝에 붙어 있었어요. 할머니한테 전화하려는데, 그때 엄마 휴대폰이 먼저 울렸어요. “서아야, 첫눈 왔다! 할머니가 먼저 봤지?”

같은 소원

서아와 할머니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눈을 꼭 감았어요. 서아가 작게 소원을 말했어요. “내년 여름에도 할머니랑 봉숭아 물들이게 해 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할머니가 웃었어요. “어머나, 할머니 소원이랑 똑같네.” 그날 밤, 서아는 새끼손가락을 볼에 살포시 대고 잠이 들었어요. 창밖에는 첫눈이 소복소복 내렸어요.

서아와 할머니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눈을 꼭 감았어요. 서아가 작게 소원을 말했어요. “내년 여름에도 할머니랑 봉숭아 물들이게 해 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할머니가 웃었어요. “어머나, 할머니 소원이랑 똑같네.” 그날 밤, 서아는 새끼손가락을 볼에 살포시 대고 잠이 들었어요. 창밖에는 첫눈이 소복소복 내렸어요.

Read-aloud note

천천히 읽고, 그림마다 잠깐 멈추며, 마지막 문장은 더 낮고 부드럽게 읽어 주세요.